금융 금융일반

이복현 떠났지만…결론 못 낸 '홍콩 ELS 제재' 후임 원장 손으로

뉴스1

입력 2025.06.09 05:51

수정 2025.06.09 09:44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자신의 퇴임식을 마친 후 금융감독원을 나서고 있다. 2025.6.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자신의 퇴임식을 마친 후 금융감독원을 나서고 있다. 2025.6.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금융감독원 깃발
금융감독원 깃발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홍콩 H지수 ELS' 사태와 관련한 금융사 제재 결정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퇴임하면서, 최종 판단은 후임 원장에게로 넘어가게 됐다. 소비자 배상은 신속하게 진행됐지만, 법적 해석을 둘러싼 논란 속에 제재 수위는 끝내 확정되지 않았다.

문제는 새 원장의 기조에 따라 사건의 방향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의 판단이 지연되면서 금융사 입장에선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년 넘긴 제재 결정…후임 원장에 떠넘겨진 숙제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 전 원장이 퇴임한 지난 5일까지 홍콩 ELS 사태와 관련한 금융사 제재 수위를 결론 내리지 못했다.



홍콩 ELS 사태는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사건이다. 금감원은 현장 검사에서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정황을 확인하고, '자율 배상'을 지시한 바 있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검사결과를 조속히 정리해 제재절차를 신속하게 개시할 계획이다"고 했다. 당시 이 전 원장은 "고객피해 배상 등 사후 수습 노력은 과징금 등 제재 수준 결정시 참작할 것이다"고 금융사에 빠른 배상을 촉구했다.

해석 다툼…판매액 vs 수수료

문제는 검사 결과 발표 이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감원과 은행권이 '법 해석'을 둘러싸고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며 팽팽한 공방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금융사가 위법 행위로 얻은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의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수입'을 판매액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수수료로 제한할 것인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홍콩 H지수 ELS의 전체 판매액은 약 16조 원에 달해 만일 '판매액'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최대 8조 원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또한 이 전 원장이 언급한 '감경' 범위와 기준에 대해서도, 실제로 어느 수준까지 감경이 가능한지를 두고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원장은 총선 민심이 들끓던 시기를 감안해 은행의 선제적 자율배상을 유도하기 위해 제재 감경을 조건으로 내건 바 있다.

새 원장이 판 흔들 수도

여기에 더해 이 전 원장의 퇴임은 또 다른 변수가 됐다. 금감원 내부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후임 원장의 철학과 정책 기조에 따라 사건의 처리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임자의 입장을 계승할 수도 있지만, 전면 재검토하거나 기조 자체를 바꿔버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윤석헌 전 원장이다.
그는 2018년 취임 직후, 이미 대법원 판결로 종결된 '키코 사태'를 전면 재조사해 은행권에 배상을 지시한 바 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홍콩 ELS 사태 역시 후임 원장의 판단에 따라 기존 검사를 부정하거나, 오히려 사안을 더 키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홍콩 ELS를 포함한 여러 금융사고에 대해 신속한 검사가 실시됐지만, 검사에 검사가 이어지면서 정작 후속 절차는 지연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금융사 입장에선 제재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