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새내기 기자의 대선 관전기

송지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6.08 19:20

수정 2025.06.08 19:20

송지원 정치부
송지원 정치부
늦깎이 기자 생활을 시작하며 가장 적응이 안 된 건 출입처 문화를 통한 '관계맺기'였다. 막연하지만 기자의 본분은 '거리두기'라고 생각했다. 다양한 소스와 정치권 동향 등을 취재하기 위해 취재원들과 식사를 해야 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무적인 목적으로 만나는 거였지 개인을 드러내며 '관계맺기'를 하는 건 자칫 한쪽으로 경도될 수 있는 만큼 기자 본분에 충실하지 않은 일이라 여겨졌다. 매일 동시다발적으로 수많은 일이 일어나는 국회에 있다 보면 MBTI 'I(내향형)'인 기자가 각종 회의 워딩을 받아치고, 질문도 하고, 이를 정돈된 형태의 기사로 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일본 유학생활을 거치면서 일본 내 보수 언론의 시각에 알게 모르게 노출되어서인지 첫 출입처인 더불어민주당 취재는 성향상 다소 어색했다. 게다가 초·재선과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을 비롯해 당직자들과 수시로 오·만찬을 하면서 오간 수많은 대화 속에서 중요한 정보나 첩보, 기삿거리를 찾아내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또 수많은 '받글(받은 글)'이 여러 매체 기자모임인 '꾸미방'에서 돌아다니는 환경 속에서 '정론직필'이란 기자 본분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기자가 생각을 바꾸게 된 건 6·3 대선 유세 현장을 따라다니면서였다. 매일 아침마다 이재명 대선 후보 유세 지원을 위한 공보국 버스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훑으며 이 후보의 동선을 따라붙었다. '초치기'로 이동하는 유세현장마다 쭈그리고 앉아 이 후보의 워딩을 받아적고, 청중들의 반응도 살펴가며 현장의 생동감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당직자들과 삼시세끼를 하며 유세 취재현장에서 다양한 교감을 하다 보니 이전 생각과 취재관이 경직됐다는 걸 깨닫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향형'인 기자가 어느새 생생한 민심의 현장을 독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이 후보에게 질문을 하고 동행 유세에 나선 초·재선, 중진 의원들에게도 질문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국회의원이나 당직자를 단순한 취재 대상이 아닌, 인간 대(對) 인간으로서 교감과 소통을 하다 보니 정당 출입기자로서 내공의 키가 한 뼘 더 커졌음이 느껴졌다.
그들과 조금이라도 더 교감하기 위해 파란색 매니큐어로 손톱을 물들인 기자를 보며 어떤 지인들은 "파란물 들었네" 하고 웃기도 했다. 치열했던 대선 취재를 하면서 구성원들과 충분히 교감하는 순간부터 더 깊이 있는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 새내기 기자로서 과분한 욕심일까.

jiwon.song@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