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정부 잘된 정책 승계
경기진작 위해 추경 추진
보여주기식 지출 피해야
경기진작 위해 추경 추진
보여주기식 지출 피해야

우리 경제는 안팎으로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나라 밖 환경부터 살펴보자. 이를 위해 이 란에서 2024년을 맞으며 필자가 기고한 것을 인용해 보고자 한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주변환경은 새해에도 녹록지 않으리라는 것이 현실적 관측이며, 지난 몇 년간 지속되어온 국제정세의 불안은 내년에도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증폭되는 듯이 보인다.
지금 돌이켜 보면 이 당시보다 지금의 경제상황은 훨씬 더 불리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작년 가을 등장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혁명적 변화를 넘어 기존의 상식이 부정되는 지경임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또 위에 언급한 경상수지는 이제 도리어 악화의 경향이 보인다는 점도 불리한 요인이다.
다음으로 우리 내부의 환경 역시 매우 심각하다. 전반적 수출부진에 의한 고용부진, 내수부진 등이 노정되어 올해 성장률을 0%대로 보는 예측까지 나왔다. 더구나 이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수단 중 재정의 경우 국가부채 때문에 적극적 활용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새 경제팀은 이러한 환경하에서 경제정책을 펴야 한다. 우선 관세협상을 포함해서 미국과의 경제적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미국과의 협상에 있어서는 우리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든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 해서 우리 입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밸류체인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의존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대내적으로는 경기진작을 위한 제반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이미 금리인하가 한 번 이루어졌기 때문에 재정정책을 포함한 다른 정책수단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 때문에 추경 추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와 같이 재정여력이 많이 훼손된 상태에서는 재정 활용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그렇지 않아도 걱정스러운 수준인 국가부채의 증대를 감수하는 추경 편성은 더욱더 효율적인 지출에 유념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성과는 미미한, 보여주기식 지출(예를 들어 양질의 일자리가 아닌 노인 일자리 사업 등)은 절대 피하고 경기 활성화를 극대화하는 사업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새 정부 경제팀이 꼭 명심해야 할 것은 이전 정부들의 정책 중에도 잘된 것은 승계하고, 실패했다고 평가된 정책은 과감히 버리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권이 교체되었다 해서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되었던 정책 중 잘된 것도 부정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되었던 정책 중 부정적 평가를 받는 것조차 같은 당이 집권당이었다 해서 무조건 계승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새 정부가 부동산 및 주택 정책에서 과거와는 달리 공급을 중시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것은 타당한 방향전환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현 정부가 전 정부보다 환경상 유리한 점도 있는데, 그것은 바로 여대야소의 국회가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행정부의 정책을 소신 있게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 추진력을 국민을 위한 방향으로 옳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실용적인 방향이고, 새 정부 경제팀에 그런 자세를 기대하며 당부한다.
유일호 前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