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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국립원예특자과학원 원예작물부장 "기후 리스크 넘는 기술, 지속 가능한 원예산업 이끌 것”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6.08 13:10

수정 2025.06.08 12:53

기후 위기 대응하는 신 품종 개발부터 저장·유통 등 수급 안정 기술 개발 강화 스마트화 통해 노동력 생산비 절감 지원 "신품종 완성은 현장서 농업인 협조 필요"

김대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장.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제공
김대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장.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제공

기후 변화가 농산물 생산을 흔들고 있다. 배추, 사과 같은 작물의 수급 불안은 소비자 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기후플레이션’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대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장(사진)은 8일 “단순히 좋은 품종을 만드는 시대가 아니라, 기후를 견디는 품종 개발과 저장·유통까지 아우르는 기술 등 지속 가능한 원예 산업 기반을 구축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품종 개발에 그치지 않고 스마트 과원 구현, 자동화 기술 도입, 저장 기술까지 이어지는 통합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은 실험실이 아닌 농업 현장에서 완성된다는 기조 아래 민간과 협력해 기술 검증과 보급을 병행 중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월별 평균기온이 장기평균(1973~2023년) 대비 1도 상승할 경우, 1년 뒤 국내 농산물 가격은 2%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이른바 ‘기후플레이션’은 이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농산물 시장의 구조적 불안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김 부장은 “기후가 가격을 흔드는 상황에서, 품종부터 저장·유통까지 이어지는 기술로 수급 전체를 안정시키는 것이 핵심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원예작물부는 지난해 조직 개편을 통해 채소·과수·화훼 전 분야를 통합 관리하는 연구 조직으로 재편됐다. 지난해 대표적인 성과로는 △여름철 배추 수급 안정을 위한 융복합 협업 프로젝트 △디지털 육종 기반 채소 분자마커 개발 △사과 신품종 전문 생산단지 조성 등이 꼽힌다.

특히 배추 수급 프로젝트는 봄 배추 안정 생산, 장기 저장 기술 개발, 준고랭지 재배 면적 확대가 핵심이다. 여름 배추는 기후 변화와 노동력 부족 등으로 가격 변동이 심하고, 특히 고랭지 재배지는 연작 장해와 이상 기후로 생산 여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이에 대응해 예비 냉장, MA 필름, 저온 저장 기술을 결합해 봄 배추 저장 기간을 80~90일로, 기존 대비 2배 이상 늘릴 수 있는 저장 기술을 개발했다.

김 부장은 “6월에 수확한 봄 배추를 9월까지 공급할 수 있다면, 가격 급등이 빈번한 여름철 시장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며 “배추 가격 변동 폭도 기존 230%에서 110% 수준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는 △전략 품목 중심 신품종 개발 및 디지털 육종 기반 구축 △기계화 및 스마트농업 기술 개발 △이상기상 대응 기술 고도화와 민관 협력 강화 등 세 가지 전략을 추진 중이다.

채소 분야는 디지털 육종 개발 및 민간 육종 지원, 자동화 재배 기술, 내재해성 품종 개발 등을 통해 노동력과 생산비 절감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과수 분야도 소비 트렌드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신품종 개발이 핵심이다. 사과, 배, 감귤 등 주요 과종에 대해 착과 안정성, 병해충 저항성 개선을 목표로 한다. 또한 영상 기반 생육 진단 기술과 정밀 농작업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스마트 과원’ 구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화훼 분야에서는 시장 수요에 맞춘 절화 수명·화색 등 상품성 중심의 디지털 육종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경관 화훼·도시 녹지형 소비를 겨냥한 소비 확장 기술도 개발 중이다.

기술이 개발됐다고 끝이 아니다. 김 부장은 “신품종은 현장에 보급되면 다양한 환경에서 문제점이 발견될 수 있다”며 “위험을 줄이기 위해 보급 전부터 농업인이 참여해 검증하는 현장 맞춤형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사과·배·복숭아·포도·단감·감귤 등 6대 과종을 중심으로 선도 농가가 직접 신품종을 재배하고 평가하는 주산지 현장 과제를 운영 중이다. 이 과정은 재배 매뉴얼 개발, 시범 사업 연계, 지역별 특화 품종 선정으로 이어지며, 신뢰도 높은 보급 체계로 확장된다.


김 부장은 “품종에서 유통까지, 기초 연구에서 산업화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전문성과 현장의 요구를 균형 있게 반영해 지속 가능한 원예 산업의 미래를 열겠다”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